"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?"
표지가 너무 이쁘고 매혹적이라
책을 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책
시미즈 하루키 작가의 책인데,
'하루키'라는 이름을 보고 "상실의 시대"를 떠올렸으나
상실의 시대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었다 :P
이 책은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어,
책을 한 번 펼쳐들기 시작하자
단숨에 페이지가 넘어갔다.
이 이야기의 문은 아래 문장으로 열렸다.
"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?"
모두 다른 사유로 삶이 끝나고,
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자리
즉, 작별의 건너편을 지나는 시점에
마지막 재회의 기회가 주어진다.
"죽어서 이 곳 작별의 건너편을 찾아온 사람에게
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입니다.
허락된 시간은 24시간.
단,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사람뿐입니다.
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아채는 순간
당신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. (각색)"
순식간에 저 문구에 몰입된 나는 상상해 보았다.
'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중
내가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니..
응당 가까운 사람 중에는 만날 수 없을 텐데
과연 나는 누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.
내가 한 번 더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
내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있을 텐데...'
잠깐 페이지를 멈추고 최선을 다해 생각해 보았으나,
나의 죽음을 알고 슬퍼하고 있을
내가 사랑하는 가족들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.
과연 이 주인공들은 어떠한 사람들을 선택할지
너무 궁금해서 얼른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았다.
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,
또래 아이를 현세에 남겨두고 작별의 건너편을 건너고 있는
유타의 엄마, 아야코의 이야기에서
나는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.
첫 에피소드 만에 눈물을 쏟아내고는,
잠깐 책을 덮고 감상에 잠겼다.
다시금 다음 에피소드를 읽어가는데,
결국은 모두 가족, 연인, 못다 한 꿈으로 귀결되었다.
언제 어떻게 떠나버릴지 모르는 현세를
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만들어나가야 할지
스스로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.
이전에 어떤 책을 읽다가,
'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, 더더욱 미술/예술/문화를 가까이해야 한다.'
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.
나이를 먹을수록,
책임질 일 도 많아지고,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기 바쁘다.
하지만, 의식적으로라도 미술/예술과 같은
감상적인 문화들을 가까이 접함으로써
인간적인 감정을 되새기고, 인간적인 세상을 살아가는 데
한 스푼, 두 스푼 쌓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.
그런 의미에서, 작별의 건너편이라는 책은
다소 무미건조했던 일상에
한 방울 감성을 더해주는 기회가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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